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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고
다른 이를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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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스 12기 조은주선교사

안녕하세요. 컴파스 12기 선교사 조은주입니다.

 

12기는 1년간의 컴파스 훈련을 거의 마치고 다음 주 수료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딱 이맘때쯤, 컴파스 12기 권유를 받고 컴파스에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2주간 고민했으나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면접 전 날 새벽 2시까지도 결정하지 못 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자기 직전 , 그치만 나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너무 공허하고 허전하다. 내 삶에서 뭔가 바뀌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 다음날 면접을 보러 가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입소 전 2주간, 그리고 들어와서도 꽤나 자주, 내가 여기 왜 들어온 것일까? 내가 여기 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 꼭 올해 12기여야만 했을까?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왜 컴파스여야만 했는지, 왜 지금이어야 했는지 조금씩 조금씩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왈덴스 국제학교나 동해삼육 중고등학교 등 학생 사역을 하면서 아이들이 예수님을 경험하는 것을 볼 때의 보람이나, 한국 내에서 사역하는 법을 배우니 수료하고 나서도 무너지지 않고 하나님과 가까이 지낼 수 있겠다는 것, amm 학생 선교사들과 함께 사역하며 배우는 것, 각종 좋은 훈련과 교육 등을 받으며 컴파스 참 좋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컴파스 잘 들어온 것 같아?라고 물어보면 항상 음..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수료해 봐야 알 것 같아. 라고 대답했습니다. 확신하지 못 했습니다.

 

저는 마지막 3개월간의 해외사역을 통해 하나님께서 나를 12기 컴파스 선교사로 부르심에 이유가 있음을 처음으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9개월간의 국내에서 받은 훈련을 토대로 해외에서 3개월간 사역을 하였는데, 컴파스 기간 중 가장 힘들었으나 가장 크게 배우고 성장한 기간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으나 두 가지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완벽주의 성향이 심하고, 어떤 분야에서든지 잘 하는 사람이 되길 원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다 보니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나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볼 때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내가 원하는 이상은 높으나 그걸 해내지 못 하는 나의 상태를 볼 때 너무 스트레스 받고 괴로웠습니다. 계속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우울하게 되고 괴로워졌습니다. 그런데 그게 결국 교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자괴감은 결국 높아지고자 하는 마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해외사역에서 팀장을 하면서 리더의 자질도 지혜도 능력도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양파처럼 껍질을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나의 부족함과 약점 앞에 저는 한 없이 무너졌습니다. 그렇게 괴로울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자주 무릎 꿇게 되었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시편 61:2절 말씀에 내 마음이 약해질 때에 땅 끝에서부터 주께 부르짖으오리니 나보다 높은 바위에 나를 인도하소서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내 마음이 약해질 때면 이 말씀을 붙들고 주님을 불렀습니다. 고린도전서 1장 25절에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는 말씀으로 네가 약하지만 내가 강하기에, 네가 지혜가 없지만 내가 지혜롭기에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 앞에 더 자주 무릎 꿇을 수 있는 연약한 사람이기에 감사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더 자주 찾아가야만 하는 부족한 사람이기에 감사했습니다. 제가 아주 약하고 부족하기에 하나님 안에서 더 강해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나의 부족함을 그대로 인정하고 주님 앞에 엎드릴 때에 주님께서 채워주실 수 있음을, 나에게 지혜와 능력이 없기에 주님께서 주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 순간 주님의 지혜를 구하고 주님의 뜻대로 행하길 기도하였습니다.

 

이렇게 매일 매일 나의 부족한 점과 죄들을 하나님께서는 끄집어 내셨고, 끊임없이 하나님께 가져가게 하셨습니다. 2월 즈음에 나의 자아가 완전히 깨지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요, 정말 와장창 저를 깨뜨리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기도해야 함을, 주님께 가져가야 함을 알기에 더 이상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힘들지만 축복이었습니다.

 

해외사역을 마칠 때 쯤, 나는 마른 나뭇가지 같다.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지도 않고 내 고집이 너무 세고 형식적인 신앙을 하는 바리새인 같다. 고지식한데 멘탈은 약하고.. 마음이 굳어져 있고 딱딱한 것이 참 마른 나뭇가지와 똑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것이 되고 싶을까? 마른 나뭇가지가 아닌, 심지는 단단하고 견고하나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런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나”를 바꿔 어떻게 좋은 것으로 바꿔 버릴 수 있을까 생각하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른 나뭇가지는 숯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숯은 나쁜 공기를 빨아들이고 공기를 순환시킵니다.

 

이것과 관련하여 해외 사역 가기 전에 했던 생각들이 떠올랐는데요,

 

해외 사역 가기 전 12기는 적목리를 다녀왔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재림교회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예배할 곳을 찾아 산 속 깊은 곳에서 끼니를 연명하며 추운 곳에서 살았던 믿음의 선조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싶어 목숨 걸고 찬양하고 기도하고 예배 드린 선조들의 모습을 보며 참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에게는 예배가 그리 소중하지도 않고 졸리고 귀찮기만 한데, 나의 신앙에는 이런 생명력과 뜨거운 열정이 없는데, 나에게도 그 신앙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적목리 가기 며칠 전, 캠프 파이어를 했는데 숯불 주위가 따뜻해서 사람들이 숯불 있는 곳으로 모이고 추운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따듯하게 해 주는 것을 보며 나도 이렇게 남을 따듯하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러려면 내가 타야 한다. 나무에 불이 붙어 남을 따듯하게 해 주는 것처럼 내가 불타고 내가 희생해야 한다. 내 심장이 활활 타올라 불이 붙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는 불을 혼자 붙일 수 없더라고요. 누군가는 십자 모양으로 나무를 정리해 줘야 하고, 누군가 토치로 불을 붙여 줘야 하고, 누군가 열심히 바람을 불며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봐 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활활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아서, 완전히 꺼질 때까지 확인해 줘야 했습니다. 이와 같이 마른 나뭇가지인 내게 불이 붙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잘 타오를 수 있도록 나를 십자 모양으로 정리해 주시고, 성령의 불로 불을 붙여 주셔야 하고 열심히 바람을 불어 꺼지지 않도록 해 주셔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성령의 불을 붙여 주실 때 쉽게 꺼지지 않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마른 나뭇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그 때의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저를 어떻게든 바꾸려고, 내가 아닌 다른 좋은 무언가가 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마른 나뭇가지일지라도, 그것을 좋게 바꿔주실 수 있는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나는 있는 그대로 있으면 된다는 것을, 내가 어떤 노력을 해서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게 불을 붙이시고 숯이 되게 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주님께 내어 드릴 때, 있는 그대로 사용하시는 하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괴롭혔던 자아 비판의 문제를 주님께서 정확하게 깨닫게 해 주시고 해결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저의 부족한 점을 볼 때에 또 넘어질 수 있습니다. 아마, 분명히 또 다시 여러 번 넘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일으켜 세워주신 이 경험을 통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기에 감사합니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게 굉장히 오래 걸리고 어려웠습니다. 컴파스에 들어와서도 몇 개월이 지나도 마음을 열지 못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속 얘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컴파스에서는 내 마음과 생각을 말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너무 싫었습니다. 말하고 싶지 않은 상황인데 말을 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너무 싫었습니다. 7개월 8개월을 같이 생활한 선교사들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못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뭔가 문제가 있구나,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처음엔 정말 어려웠지만 조금씩 조금씩 노력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내 마음을 오픈하고 내 생각을 마음을 나누는 일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해외 사역에 가서 두 선교사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사역 동안 설교 준비를 하다가 compass 의 어원에 대해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com 은 함께, 같이, 동시에, 완전한, 일치하는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pass는 걷다, 걷는 속도 등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com+pass는 함께 걷다. 보폭을 맞춰 걷다라는 뜻이 됩니다. 함께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걸음 걸이의 보폭도 다르고 걷는 속도도 다르고 걷는 습관도 모두 다릅니다. 서로 다른 걸음의 보폭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걷기 위해서는 빠른 사람은 느린 사람에게 맞춰서, 느린 사람은 빠른 사람에게 맞춰서 서로 배려해 줄 때 비로소 함께 걸을 수 있게 됩니다. 컴파스 훈련을 받으면서 서로 많이 부딪혔습니다.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다른 생각을 가진 선교사들이 모여 함께 생활하고 사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고 내 죄를 깨닫게 되고 함께하는 것을 배워나갔습니다. 내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맞춰나가는 것을 배워나갔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여 서로 배려하며 함께 보폭을 맞춰 걷는 것이 바로 compass였던 것입니다.

 

설교 준비를 하다가 잠깐 동료 선교사와 산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대화하며 걷고는 있지만 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진 개인적인 고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내가 가진 고민은 다른 사람의 관심사가 아닐 것이기에, 그것을 굳이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함께 걷고 있지만 함께 걷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를 깨달았습니다. 겉으로는 상대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함께 걷는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구나. 고민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함께 걷는 것이구나. 그래서 그 순간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고민을 나누고 그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compass란,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마음을 나누며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로소 저는 마음을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마음을 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나누지 않으면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내가 가진 고민들을 나누고 대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조건 혼자 하나님과만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였던 문제들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함께 기도할 때에 더 넓은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되고 정리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동역자들과 대화할 수 있고 함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이 컴파스 1년간, 하나님께서 역사하심을 직접 보고 듣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매일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경험하며 나를 사랑하고 다른 이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그와 같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되길 바랍니다. 곧 수료식을 앞둔 12기의 수료 후 삶과 곧 시작될 13기의 훈련을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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